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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앤드라이빙/카앤시승기

카 매니아의 라세티 프리미어 시승기

 

오후에 시간이 있어서 동네의 GM대우 영업소에 들렀습니다.
오다가다 영업소 앞에 라세티 프리미어가 서 있던 것을 몇 번 봐왔기에 '가면 타겠구나'싶어서 가봤지요. 혼쾌히 시승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기천만원짜리 차를 사는데 여타 국산차 메이커들은 시승차 운용이 거의 없는것에 비해서 비교적 시승이 쉬운 GM대우의 이런면은 칭찬해 줄 만합니다. 사실 당연한 것인데.

  

이번이 두번째 시승입니다.
일전에는 다른 영업소에서 SX고급형을 시승해봤고 오늘은 CDX고급형입니다. 풀옵션차량으로 1737만원짜리라네요. 역시나 첫번째 시승때처럼 외관보다 내관에서의 만족도가 높습니다. 브릭 가죽시트라 대쉬보드와 시트의 적갈색이 상당히 예쁩니다. 아이스블루 계기판 조명의 시인성도 시원시원하니 준중형급에서 너무 사치스러운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좋습니다.

 
직물시트인 하급트림차량과 달리 가죽시트가 기본인 CDX고급형의 시트는 버킷시트의 형태로 몸을 딱 조여주는 느낌입니다. 뒷좌석의 헤드레스트 부분의 어벙할정도로 크고 두리뭉실한 디자인은 마음에 안 들지만 운전석의 시트착좌감은 국산 준중형 최강입니다. 시빅보다 낫더군요. 대개의 국산범용차량에서 느꼈던 코너링에서 운전자를 이리저리 내두르던 시트들과는 확실히 다릅니다. 아무래도 요즘 서킷에서 놀다보니 이렇게 운전자를 적극적으로 지지해주는 딱 맞는 시트가 좋습니다.

 
후줄근해보이는 플라스틱 스타트버튼을 눌러서 시동을 겁니다.
제가 보기에 내부 인테리어 중 가장 싼 티 나는 부분이 바로 이 스타트 버튼인데 페이스리프트 시에 이것 좀 어떻게 바꾸면 좋겠습니다. 직사각형도 아니고 그렇다고 세련된 평행사변형 모양도 아닌 이상하게 생긴 사각형의 플라스틱 버튼... 좀 깹니다. 이런 플라스틱 조각 하나 다듬는게 돈 드는 일도 아닐텐데 이상하죠.

예열이 안 된 차량이라서인지 아이들링 엔진음이 상당히 거슬립니다.
별로 조용한 편도 아닌 제 시빅의 아이들링에 비해서도 꽤 큽니다. 순간 디젤인가? 했습니다만 이게 예열이 덜 되어서 그런것만은 아니더군요. 시승 중반을 넘어서도 신호대기시에는 영락없이 거슬리는 엔진음이 들려옵니다. 윈스톰을 시승했던 기억이 떠오르는군요. 대우차들은 휘발유나 디젤이나 좀 시끄러운가 보다 생각해봅니다.

 



주행질감은 상당히 좋습니다.
시빅1.8에 길들여진 제 느낌으로는 국산준중형을 타면 차가 헐겁고, 핸들의 유격이 느껴지면서 쉬 돌아가고, 차선변경이 불안정한 느낌을 받았었는데 이 녀석은 괜찮았습니다. 스티어링은 무게감이 느껴지며 핸들의 유격은 거의 없이 돌리는대로 돌아갑니다. 차선변경을 몇 차례 휙휙 돌려봤는데 집어넣는 곳으로 쏙 들어가서 안정적으로 자리잡습니다. 차의 서스펜션이나 비교적 저편평비(215/50r17)의 휠타이어도 야무진 느낌입니다.

가장 부족한 부분은 역시나 출력입니다.
정지상태에서 출발 시 엑셀페달을 생각보다 깊숙히 꾹 밟아줘야 '왱~' 소리가 먼저나고 다음으로 알피엠이 올라가고 차는 그 다음에 나간다는 느낌이 듭니다. 114마력의 1.6휘발유 오토가 끌어야 할 차량중량으로는 1305KG이 너무 무거운거죠. 제가 타는 시빅1.8의 경우 140마력에 1255KG이라는 것을 보면 라세티 프리미어는 템퍼러리 타이어도 아닌 리페어킷만 딸랑 들어있는 트렁크에서 1.6엔진을 달고서 이상할정도로 무겁습니다. 아마도 고장력강판이 65%나 쓰였고 문짝 두께가 160mm에 경쟁차량들보다 큰 덩치가 원인이겠지만 이것은 안전에서는 잇점이되 운동성능에서는 마이너스가 될 수 밖에 없었을겁니다. 1200kg 남짓가량이었다면 좋았을텐데 싶습니다. 때문에 라세티 프리미어에서 1.6오토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좀 느긋하고 여유로운 운전습관에 익숙해져야 할 겁니다. 제가 보기엔 2.0디젤이나 1.8휘발유는 되어야 오토의 답답함이 조금 덜어질테고 보다 재미있게 타려면 수동이 적격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량의 기본기는 국산 경쟁차종 중 어느차량보다도 치밀하게 잘 갖춰져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아무래도 독일브랜드인 오펠의 베스트셀러인 아스트라의 엔진과 플랫폼을 이용해서 만든것이 국산 타 경쟁차종과 주행질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생기는 원인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에겐 그리 익숙한 이름이 아니지만 오펠 아스트라는 2006년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량입니다. 오펠/복스홀 브랜드의 판매량은 폭스바겐 다음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브랜드더군요. 그러니까 라세티 프리미어는 유럽의 국민차의 엔진과 플랫폼을 베이스로 만들어진 차량인 셈입니다.

 인상깊은 것은 안전에 대한 배려입니다.
주행 중 시동이 꺼지더라도 배터리에 연결된 브레이크 시스템이 제동력을 유지한다고 합니다. 혹시라도 모를 위험한 상황에 대해서도 이런 대비가 되어 있다는게 인상적이었습니다. 160mm나 되는 문짝 두께는 140mm의 포르테나 137mm의 아반떼보다 훨씬 두꺼워서 사이드에어백이 없이도 측면충돌테스트에서 별 5개를 받았다는군요. 참고로 korea ncap 충돌 테스트에서의 결과는 포르테가 운전석 별5, 조수석 별5, 사이드 별4개 이고 아반떼가 운전석 별5, 조수석 별4, 사이드 별4개입니다. 라세티 프리미어는 모두 별5입니다. 두꺼운 사이드가 모양새로 있는건 아니더군요. 정면충돌 시에 페달이 분리되어 발목부상을 방지하는 것도 새로운 안전장치입니다. 아, 좌우회전시 턴시그널을 살짝 쳐주면 3번 깜박인 후 꺼지는 오토레인 체인지 턴시그널도 편리하겠더군요.


 만약 제가 라세티 프리미어를 구입한다면 2.0디젤 최하급 수동모델 또는 1.8휘발유 수동모델이 좋겠습니다. 디젤기본형은 1517만원의 최하트림이지만 가솔린과는 달리 ABS까지 들어있으며 운전석에어백, 조수석에어백, 시트벨트 프리텐셔너가 기본이니까요. 2.0디젤의 오토 포함 풀옵션으로 가면 2022만원이나 드는데 예쁘게 치장하기 위한 돈으로는 너무 비쌉니다. 안정감있는 가죽버킷시트만 따로 달아주면 딱 좋겠군요. 그런데 라세티 프리미어의 PCD는 105(영업사원 말로는)의 5홀이라서 흔한 사이즈가 아니라는 것이 흠입니다. 휠타이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많이 알아보고 바꿔야겠지요.

 

라세티 프리미어, 제가 보기엔 국산 준중형차 중에서 겉껍데기뿐만 아니라 내실까지 이렇게 꽉 차 보이는 녀석은 없었습니다. 그만큼 만족도가 큰 차량이라는 거죠. 괜찮은 녀석입니다. 렌트카 나온 후 서킷에서 하루종일 가지고 놀아보면 어떤 녀석인지 파악이 되겠지요.
[카앤드라이빙 - 시나브로]